대상화, 파편화, 소비의 순환
여성에 대한 억압과 동물에 대한 억압을 연결하는 대안적 이론으로, 캐롤 J. 애덤스가 육식의 성정치에서 제안.
- 대상화를 통해 억압자는 피억압자를 사물로 취급하며, 사물이기에 의지에 반하여 폭력을 행사한다.
- 이 과정을 통해 억압자는 피억압자를 파편화하고,
- 최종적으로 소비consume한다. 남성이 여성을 실제로 먹는consume 경우는 흔치 않으나 모든 남성은 여성의 시각적 이미지를 소비consume한다. 소비는 억압의 완성fulfillment이다.
우리의 언어는 이 순환의 물리적 과정을 보완하는 기능을 한다. 도축 후 파편화된 부위들에는 로스트 비프, 스테이크 등 새 이름이 부여된다. 한편 객체는 소유물일 뿐 다른 객체를 소유할 수 없기에 “닭의 날개chicken’s wings”가 아니라 “닭 날개chicken wings”로 지칭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후에야 소비가 시작된다.
(여러 영어 표현들이 우리말로 자연스럽게 옮겨진다는 점이 놀랍다. 그만큼 고기의 텍스트, 고기의 성정치가 보편적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ak)
채식주의 문학에 대한 훼손
육식의 성정치에서는 채식주의 문학에 대한 왜곡도 대상화, 파편화, 소비의 순환을 따른다고 본다.
- 대상화: 텍스트를 몇 개의 핵심 요소들로 환원하고 면밀한 검토와 비판이 가능한 상태로 만들기
- 파편화: 텍스트를 조각내고 맥락에서 분리하기
- 소비: 새로운 것이 하나도 없고 기존 육식 문화를 손상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하기
가려진 도살장 - 파편화 과정을 감추기
도살장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감춰진다. 이에 따라 마치 대상화 직후 파편화 없이 바로 소비가 일어나는 것처럼 여겨진다. 파편화는 살아있던 지시대상이 사라져서 부재 지시대상으로 변하는 과정이다.
멜라니 조이도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에서 육식주의라는 폭력적 이데올로기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그 폭력성을 감출 수 밖에 없음을 강조한다.
인종차별에서의 사례
Endangered/endangering: schematic racism and white paranoia에서 주디스 버틀러는 로드니 킹이 경찰들에게 일방적으로 폭행당하는 영상이 법정에서 프레임별로 파편화되고 맥락에서 분리되어 경찰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장면으로 왜곡되는 과정을 분석한다.
변호인단은 영상을 ‘스틸컷’으로 분해하여 프레임을 정지시킴으로써 손을 드는 몸짓을 내러티브의 시간적 맥락에서 완전히 분리시켜 버린다. 이 영상은 폭력적으로 탈맥락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폭력적으로 재맥락화되었다. (The defense attorneys broke the video down into “stills,” freezing the frame, so that the gesture, the raised hand, is torn from its temporal place in the visual narrative. The video is not only violently decontextualized, but violently recontextualiz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