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화 (논문)

대상화에 대한 마샤 C. 누스바움의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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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 캐서린 맥키논, 앤드레아 드워킨은 주로 타자를 도구 또는 수단으로 간주하는 문제에 집중했다면 마샤 C. 누스바움의 본 논문은 대상화에 최소한 다음 일곱가지의 서로 관련되어 있으나 동일하지는 않은 측면들이 존재한다고 말하며 논의를 확장한다.

  1. 도구성instrumentality: 해당 존재를 자신의 목적을 위한 도구로 간주하기
  2. 자율성의 부정denial of autonomy: 해당 존재에게 자율성autonomy 및 결단력self-determination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기
  3. 무기력inertness: 해당 존재가 주체적으로 움직일 수 없거나lacking in agency 아예 움직일 수 없는lacking in activity 것으로 간주하기
  4. 대체가능성fungibility: 해당 존재를 다른 사물로 대체가능한 것으로 간주하기
  5. 침범가능성violability: 해당 존재에게 경계-완전성boundary integrity이 없어서 침범하거나 부수고 들어갈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하기
  6. 소유권ownership: 해당 존재가 타인에 의해 소유될 수 있으며 사거나 팔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하기
  7. 주체성 부정denial of subjectivity: 해당 존재의 경험이나 감정을 중요하게 여길 필요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기

또한 기존의 모든 대상화 논의는 대상화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만 살핀 반면, 맥락에 따라 긍정적 대상화positive objectification가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누스바움은 위 기준 중 타인을 도구로만 간주하는 것(도구성)은 거의 항상 도덕적으로 문제이지만 나머지에 기준들에 대해서는 맥락에 따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 한가지 예시로 누스바움은 세 가지 가상의 상황을 제시한다. 어떤 여성 W가 중요한 채용 인터뷰를 보기 위해 도심으로 떠나려고 하는데 한 남성 지인 M이 “꼭 갈 필요가 있을까. 사진이나 몇 장 보내요”라고 말했다. 이 발화는 대상화일까요 아닐까?

  1. 만약 M이 W의 아주 친한 친구가 아니라면 이 발언은 거의 확실하게 대상화라고 볼 수 있다. 채용에 있어서 W의 전문성이나 태도 등은 중요치 않고 얼굴이나 몸만 의미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2. 만약 M이 W의 연인이며, 침대에 함께 누워서 그 말을 했으며, W와 M이 서로 깊이 존중하고 있고, W의 채용 인터뷰는 모델 채용 인터뷰였으며, M은 W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말하려는 의도 및 W와 좀 더 함께 있고 싶은 의도에서 그 발화를 했다고 가정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기에는 여전히 모호한 면이 있지만, 전자의 상황과 상당히 다르다는 정도는 말할 수 있겠다.
  3. 만약 M과 W가 친한 친구 사이이고, W는 M이 자신의 신체적 매력을 알아봐주길 원하고 있었던 상황이라면 어떨까? W는 M의 발언을 듣고 기분이 좋았을 수도 있다.

인간이란 이토록 복잡하기 때문에 어떠한 대상화가 부정적 대상화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맥락을 따지지 않고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는게 누스바움의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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