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더니즘

스티븐 핑커의 비판

일단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이 엘리트 예술과 인문학을 어떻게 공격해 왔는가를 알게 되면, 두 운동이 쇠퇴하고 몰락하는 이유는 너무나 분명해진다. 우선 두 운동은 인간 심리에 대한 잘못된 이론, 즉 빈 서판을 기초로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두 운동은 가장 자랑스런 자신의 능력 - 위선을 벗겨내는 것 - 을 자신에게는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은 오래 전에 거부당한 인지 이론에 집착하고 있다. 즉 는 감각 기관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색과 소리를 제공받으며, 지각 경험을 통해 얻는 그 밖의 모든 것은 사회적 학습의 결과물이라는 이론이다. 이전 장들에서도 보았듯이, 뇌의 시각 체계는 약 50개의 부위로 구성되어 있고, 이 부위들은 있는 그대로의 화소들을 받아들여 그것을 힘들이지 않고 표면, 색, 운동, 3차원 물체로 조직해 낸다. 우리가 소화 기관인 위장에게 언제 소화 효소를 분비하라고 명령할 수 없는 것처럼, 시각 체계를 스위치 누르듯 꺼 버리고 순수한 감각 경험에 직접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시각 체계는 우리를 실제 세계와 단절된 환상으로 유도하지 않는다. 시각 체계가 진화한 것은 바위, 낭떠러지, 동물, 사람들, 그들의 의도 등 외부 세계에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see The ecological approach to visual perception —AK)

그리고 우리의 선천적 구조는 이 세계의 물리적 구조를 이해하는 단계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또한 우리의 시각적 경험 위에 보편적 감정과 미학적 즐거움을 덧칠한다. 어린 아이들은 사막과 숲을 찍은 사진 보다는 달력에 인쇄된 풍경을 더 좋아하고 3개월 정도의 아기들은 못생긴 얼굴보다는 예쁜 얼굴을 더 오래 응시한다. 아기들은 불협화음보다는 협화음을 더 좋아하고, 2세가 되면 흉내 놀이를 할 때 가짜 이야기를 지어내고 감상하기 시작한다. …

물론 우리는 영리한 거짓말쟁이에게 속을 때도 있지만, 포스트모더니즘 예술가들이 없으면 빠져 나올 수 없는 말과 이미지의 거짓된 세계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니다. —p720-721, 빈 서판

인간 본성을 경시한 결과로 생긴 마지막 문제는 현대 예술가와 이론가들이 그들 자신의 도덕적 자만을 해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오래 전부터 엘리트 예술을 감상하면 도덕적으로 고결해진다고 믿는 동시에 문화적 속물에 대해서는 대단히 경멸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에서 주도하는 가시적인 사회 개혁도 이런 전통에 속한다. …

20세기 엘리트 예술과 비평의 지배적 이론들은 인간 본성을 호전적으로 부정하면서 출발했다. 그것이 남긴 첫 번째 유산은 추하고 혼란스럽고 모욕적인 예술이고, 두 번째 유산은 위선적이고 난해한 학문이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다가오지 않는다고 놀라워한다. —p726-728, 빈 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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