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리주의는 지나치게 많은 걸 요구하나

  • 2025-04-05

공리주의: 짧은 소개 중 “Is utilitarianism too demending?”의 논의를 내 의견과 함께 요약.


전통적 도덕 관념은 하지 말아야할 행동(죽이지 말라, 훔치지 말라 등)을 나열하고 이를 지키며 살면 이를 도덕적인 삶으로 간주한다. 반면 공리주의는 단순히 뭘 “안하면” 되는게 아니라 최선의 결과를 내는 행동들을 “해야” 옳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휴가갈 돈으로 기부를 하면 600명이 3년간 말라리아 예방 접종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공리주의에 따르면 휴가를 가는건 부도덕할 일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게 말이 되는걸까. 공리주의는 평범한 인간이 도저히 따를 수 없는 도덕 규범일까?

완곡한 대답은 이렇다. 휴가를 안가면 번아웃 위험이 있으니 꾸준하고 장기적인 선행을 하기 어렵다. 따라서 휴가를 가는 편이 꾸준한 선행에 도움이 된다. 이렇게 생각하면 공리주의가 생각보다 지나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직한 사람이라면 대부분 자신이 충분한 선행을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강경한 대답은 이렇다. 공리주의가 지나쳐보이는 이유는 세상에 그만큼 문제가 많기 때문일 수 있다. 현대는 빈부격차가 지나치게 크기 때문에 공리주의의 당연한 요구가 지나쳐 보이는 것일 수 있다.

(밥 안 굶고 말라리아 걱정 없는 나라에서 편하게 공리주의가 무엇인지 읽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 그런 생각이 든다. —ak)

풍요로운 삶을 사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성인saint이 아니기에, 우리 대부분은 공리주의에 따르면 도덕적 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밥을 굶지 않고 인터넷에 쉽게 접속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이들은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 —ak)

도덕적 의무를 다하지 못할 경우 일반적으로는 비난을 한다. 하지만 공리주의자는 비난이나 칭찬에 대해 달리 접근한다. 공리주의자는 ‘무엇이 옳은 행동인가’와 ‘사람들의 어떤 행동을 칭찬하거나 비난해야 하나’를 구분한다. 해야할 일을 안했다며 비난하는 행위 그 자체도 공리주의적 평가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즉, 타인을 도덕적으로 비난하는게 효용을 향상시키는지, 그저 자기만족을 위한 화풀이에 불과한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ak)

한가지 방법은, 행위의 옳고 그름을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 현재의 표준적 규범에서 벗어난 정도degree에 대한 문제로 생각하는 것다. 칭찬과 비난 뿐 아니라 모든 윤리적 판단에 대해 이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옳거나-그르거나의 이분법 대신 더 옳거나 덜 옳다는 식으로. 이를 스칼라scalar 공리주의라 부른다. 스칼라 관점에 따르면, 누구라도 지금보다 10원 더 기부하면 ‘조금 더 옳은’ 행동을 하는 것이다.

(즉, “수입의 10% 이상을 기부하지 않으면 안돼”라는 기준 대신, “지금 얼마를 기부하건 그것보다 10원 더 기부하면 그만큼 더 옳은 행동이야”라고 생각하라는 뜻으로 이해했다. 나 스스로도 어제의 나에 비해 오늘의 내가 상대적으로 좋은 사람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정도를 기준으로 살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이런 태도랑도 잘 통한다고 생각한다. —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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