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법
여성과 남성, 동물과 인간, 백인과 유색인종, 자연과 인공, 본능과 학습 등 어떤 대상이나 개념을 둘로 구분하는 사고 방식을 말한다. 하지만 세상 거의 모든 것은 둘로 깔끔하게 나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이분법은 잘못된 이분법이다.
사례들
성별 이분법
성별 이분법은 인간의 성별을 여성 혹은 남성으로 구분하는 관념 체계 또는 사회 제도다. 인간을 포함하여 유성생식하는 모든 종의 성은 이분법적으로 나뉘지 않는다. 암수 생식세포 중 한쪽 또는 양쪽 모두의 성염색체에 이상이 있거나, 발달 과정에서 이상이 생기는 등 다양한 이유로 수정란, 염색체, 생식 기관 등 무엇도 이분법적으로 깔끔하게 나뉘지 않는다.
동물-인간 이분법
동물-인간 이분법은 인간이 동물의 일종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인간은 동물이 아닌 것처럼, 그리고 인간과 동물 사이에는 질적인 차이가 있는 것처럼 여기는 태도이자 사회 제도다. ‘동물 보호’란 사실은 모든 동물의 보호가 아니라 인간이 아닌 일부 동물의 보호를 말한다. (한국의 ‘동물보호법’에서 말하는 동물은 인간을 제외한 척추 동물 중 일부만을 뜻한다.) 다윈의 진화론 이후, 인간과 인간이 아닌 동물 사이에 본질적 차이는 없다는 점이 상식이 되었지만 여전히 우리의 태도와 사회적 제도는 이 상식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분법, 위계, 거리두기
이분법적 범주를 설정한 뒤에는, 보통 한 범주가 다른 범주에 비해 더 우월한 것으로 여기는 위계적 사고가 작용하곤 한다. 남성이 여성에 비해, 인간이 동물에 비해, 백인이 유색인종에 비해, 비장애인이 장애인에 비해 우월하다고 여기며, 차별을 정당화한다.
이분법은 차별의 정당화 뿐 아니라, 차별의 실행에도 기여한다. 이분법적 사고를 통해 내가 속한 ‘우월한’ 집단과 내가 속하지 않은 ‘열등한’ 집단을 구분하면, 내집단과 외집단 사이에 심리적 거리감을 넓힐 수 있다. 거리감이 생기면 외집단에 속한 이들에 향한 차별적 발언을 하는 등 실제로 차별을 행동으로 옮기기도 수월해진다.
멜라니 조이는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에서, 우리가 동물을 나누는 범주가 실제로 정확한지 여부 보다는 ‘정확하다는 믿음’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이분법적 구분의 목적은 충분한 거리를 만들어 불편함 없이 동물의 시체를 먹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동물-인간의 이분법은 종차별 및 육식주의의 정당화에 기여하고, 여성-남성의 이분법은 성차별과 여성 억압의 정당화에 기여하며, 유색인종-백인의 이분법은 인종차별의 정당화에 기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