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와 생명의 역사
Richard Dawkins와 Stephen Jay Gould 사이의 논쟁사
제1부. 생명의 역사
1장. 진화론의 석학들이 벌이는 생존경쟁
도킨스와 굴드의 역사적/분과적 차이:
도킨스의 박사학위 지도교수는 행동학의 공동 창시자 중 하나였던 니코 팀버겐이었다. 행동학은 특정한 행동 패턴의 적응적 중요성을 이해하려는 학문이다. 도킨스의 이런 지적 배경 때문에 그는 적응의 문제에 매우 민감하다. 그는 한 계통 내에서 적응적 행동이 어떻게 진화하며 한 개체 내에서 어떻게 발달하는지에 대한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
반면, 굴드는 고생물학자이다. 그의 스승은 화를 잘 내긴 했지만 비상한 머리를 갖고 있었던 조지 게일로드 심슨이었다. 사실, 화석 연구가들은 살아 있는 동물을 연구하는 학자들보다 동물의 능력과 환경의 요구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를 더 잘 볼 수가 없다. 왜냐하면, 화석 기록은 동물과 그 환경에 관한 매우 제한된 지식만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p30|
도킨스의 관점:
리차드 도킨스에게 있어서, 개체와 환경 간의 조응(적음됨, 혹은 좋은 설계)이야말로 진화생물학이 설명해야만 하는 중심 문제이다. … 즉, 신적인 능력을 가진 공학자가 없는 세계에서 도대체 어떻게 복잡한 적응 체계들이 출현할 수 있는가? 도킨스에 따르면, 자연선택만이 이런 질문에 대한 가능한 대답이다. …
리차드 도킨스의 반대자들은 가끔 그를 유전자만이 진화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극단적 환원주의자(유전자 환원주의)라고 묘사한다. 하지만 그의 견해는 결코 그렇지 않다. 도킨스도 개체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물론 그에게 개체는 일차적으로 유전자 계통들이 서로 경쟁할 때 사용하는 무기일 뿐이지만 말이다. …
간단히 말하면, 도킨스는 생명의 역사가 유전자 계통들이 벌이는 전쟁의 역사이며 그 전쟁은 눈에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자연사 다큐멘터리를 통해 늘 보는 수많은 아름다운 생물학적 기제들은 그 전쟁의 산물들로서 눈에 보이는 것들이다. 그 산물들은 전쟁의 무기들이다. —p31-34
굴드의 관점:
굴드는 생명의 역사가 지니는 보수적인 측면에 동일한 감동을 받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방식에 있어서 동물 계통들은 엄청난 시간 동안에도 변하지 않은 듯이 보인다. …
진화는 새로운 적응을 만들어내는 일을 그만둔 적이 없다. 하지만 굴드가 옳다면, 진화가 동물의 새로운 문을 창안하는 일은 거의 중단한 것처럼 보인다. 굴드는 이것이야말로 진화론이 설명해야 하는 가장 놀라운 사실이라고 본다.
더욱이 굴드는 진화의 기제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 그에 따르면, 선택은 계통들이 가질 수 있는 변이의 한도에 의해 중요한 방식으로 제약받는다. 왜냐하면 선택은 개체군에서 발견되는 변이들에게만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우연이 생명의 역사에서 중추의 역할을 담당해왔다고 생각한다. …
굴드는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종선택’ 이론들에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집단선택). 종은 그 자신을 더 쉽게 멸망의 길로 들어서게 할 수도 있지만 종분화(즉, 딸 종을 출현시키는)로 이끌 수도 있다. —p36,37,38
두 학자 간의 과학에 대한 견해차:
진화론 내에서의 이러한 관점 차이는 과학 자체에 대한 상이한 평가에 의해 더욱 심화된다. … 도킨스는 과학을 계몽과 합리성의 유일한 표준적 담지자로 생각하지만 굴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p39-40
제2부. 도킨스의 논리
2장. 유전자와 유전자 계통
3장. 개체의 세계 내에서 유전자 선택
4장. 확장된 표현형과 무법 유전자
무법 유전자:
유전자가 언제나 개체를 매개로해서 자기 자신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지는 않는다. 일부 유전자는 정말로 독자적인 행동을 한다. 예컨데, 무법 유전자은 자신이 속한 개체의 유전체 속에 들어있는 다른 유전자들을 짓밟으면서까지 자기 자신의 복제를 도모한다. 이 유전자는 상대적으로 흔치는 않지만 그 중 일부가 잘 알려져 있다. ‘성비’ 파괴자가 그 대표적인 사례 유형 중의 하나이다. —p67-68
무법 유전자의 경우는 유전자 선택의 명백한 사례이다. 이에 대한 논란은 없다. 굴드, Elliott Sober, 리차드 르원틴, 그리고 많은 다른 이들은 리차드 도킨스의 전반적인 견해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지만, 이 사례들이 그의 견해에 아주 잘 들어맞는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하지만 무법 유전자가 유전자 선택에 부합하는 유일한 사례는 아니다. 확장된 표현형 (책)에서 도킨스는 유전자가 그 자신의 복제를 촉진하기 위해 세상 속으로 손을 뻗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즉, 유전자는 자신의 운반자 뿐만 아니라 다른 운반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그런 과정을 통해 자기 자신의 복제를 촉진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유전자가 확장된 표현형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p73
확장된 표현형의 사례:
5장. 이기성과 선택
6장. 선택과 적응
자연선택의 가능성에 대한 견해차이:
도킨스에 따르면 선택은 가령, 강하고 두꺼우면서 만드는 데 에너지는 적게 드는 거의 최적의 홍합 껍질을 선택한다. 반면 굴드는 한 계통에 개방된 가능성의 공간은 엄격히 제한되어 있어서 간혹 현재 상태를 조금 변화시키는 것도 불가능할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에 따르면, 계통의 역사는 가능성의 공간을 꽁꽁 얼어붙게 만드는 사건들에 의해 대체로 형성된다. 예컨데, 척추동물이 네 개의 다리를 갖게 된 사건 등이 그것이다. —p108-109
제3부. 굴드의 세계
7장. 국소적 과정과 전지구적 변화
진화론에 대한 굴드의 기여들:
- Punctuated equilibrium
- 대멸종
- Separation of diversity and disparity
- 외삽론 비판
8장. 단속 평형
단속평형 참고.
국소적 변화에 대한 연구만으로는 종분화를 이해할 수 없다:
국소 개체군의 진화적 변화만을 연구해서는 종분화를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종분화가 극단적인 단절은 아니다. 도킨스도 이 점을 받아들일 수 있고 받아들여야 하며 틀림없이 받아들일 것이다. 사실, 현대 다윈주의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인 에른스트 마이어도 오랫동안 이런 식의 종분화 관점을 지지해왔다. —p132
9장. 대멸종
대멸종.
10장. 캠브리아기의 생명
Separation of diversity and disparity.
11장. 진화 에스컬레이터
생명은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간단히 시작한다. 물리학과 화학은 가장 덜 복잡하면서도 가능한 생명 형태를 정의하는 제약 조건들을 부과한다. 박테리아는 그 제약을 겨우 넘은 존재이며 생명은 그런 최소 수준의 복잡성 단계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p173
진화 가능성의 변화:
시간이 지나면서 진화의 규칙들은 변한다. 진화가능성은 변해왔다. 왜냐하면 무엇이 진화될지는 가용한 변이들을 결정하는 발생 기제들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 굴드는 풀하우스에서 오늘날도 박테리아의 시대이며 박테리아는 모든 시기의 주인공이었다고 주장한다. … 이 모든 것은 사실이며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이 진리의 전체는 아니다. 우리는 많은 생물학적 구조들이 과거에는 불가능했지만 현재는 가능한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이것 역시 사실이고 중요하다.
제4부. 누구의 손을 들어 줄 것인가
12장. 과학을 어떻게 볼 것인가
과학에 대한 견해차:
도킨스와 굴드의 논쟁은 주로 진화론 내부의 이론적 쟁점들에 관한 것이지만, 그들은 과학 자체에 대해서도 상당히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과학 자체에 관해서 도킨스는 한마디로 유행에 뒤떨어진 과학 숭배자이다. 모든 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근본적인 포퍼주의자이다. 즉, 과학 이론은 항상 잠정적이며 새로운 증거와 생각에 비추어 늘 수정 가능하다고 본다. …
간단히 말해, 도킨스에게 과학은 단지 어둠 속의 한줄기 빛만이 아니다. 그것은 최고의 빛이며 틀림없이 유일한 빛일 것이다.
반면, 과학의 지위에 대한 굴드의 견해는 이보다 훨씬 더 애매하다. 우선 그는 과학의 범위를 넘어서는 중요한 질문들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과학과 종교의 관계에 관한 최근의 저서에서 이런 생각을 보다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 주제에 대해 도킨스의 입장은 간단명료하다. 그는 명백한 무신론자다. … 반면 굴드는 유신론이 종교와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즉, 종교는 도덕적 믿음들의 체계이며 종교의 본질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도덕적인 주장에만 국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가 과학과 종교를 독립된 영역에서 행해지는 탐구 활동으로 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p186-188
과학적 믿음은 당대의 문화와 가치를 반영하는 수준을 넘어 객관적 증거에 민감하다. 그러나 굴드는 과학의 발전은 문화, 사회적 조건에 의해 매우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그는 Natural History에 게재한 여러 편의 특별 기고에서, 사회, 문화적 환경이 과학의 발달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과, 과학은 증거에 대해 본원적인 민감성을 가진다는 주장을 동시에 역설했다. —p191-192
굴드의 사회생물학 비판:
굴드는 우리가 진화된 종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만 진화생물학의 응용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 사회생물학과 그 후손인 진화심리학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가 약 20년 동안 인간 행동 진화론에 대해 진드기 같은 논객으로 자처해 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굴드는 사회생물학의 생각들이 틀렸을 뿐만 아니라 위험하며 잘못된 동기를 가진다고 여기는 것 같다. 그에게 사회생물학은 월권행위를 일삼는 오만한 지식이다.
13장 도킨스 대 굴드
도킨스의 주장:
자연선택은 근본적으로 복제자의 계통에 작용한다(유전자 선택론). …
유전자는 전형적으로 동맹을 결성하여 자신의 운반자를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운반자를 통해 서로 경쟁한다. …
어떤 유전자는 이와는 다른 복제 전략을 가지고 있다. 예컨데 무법 유전자는 운반자의 적응적 설계를 손상시키면서까지 자신의 이득만을 추구한다. …
모든 운반자가 개별 유기체일 필요는 없다. 즉, 잡단도 운반자일 수 있다. 그러나 동물 세계에 협동이 존재한다는 사실 때문에 개체로 구성된 집단 자체가 운반자라고 생각할 이유는 없다. 어떤 환경에서는 개체가 자기 자신의 이득을 위해 협동하게 된다. …
진화생물학이 설명해야하는 중심 문제는 복잡한 적응의 존재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복잡한 적응은 자연선택으로만 설명될 수 있기 때문에 자연선택은 진화생물학 내에서 특별한 지위를 가진다. …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특이한 종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유전자의 운반자일 뿐만 아니라 밈을 전달하는 존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외삽론은 견실한 실용적 이론이다. 대부분의 진화적 양상은 장구한 세월 동안 진행된 소진화적 사건들의 축적이다. … 하지만 이 외삽론적 관점이 모든 진화적 양상을 다 포괄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가령, 진화가능성은 어떠한 상위 수준의 선택에 의해 진화할 수도 있다. —p197-199
굴드의 주장:
자연선택은 일반적으로 국소 개체군 내의 유기체에 작용한다. …
자연선택은 개별 유기체의 많은 형질들을 설명하지 못한다. 게다가, 자연선택만으로는 대규모로 벌어지는 생명의 중요한 진화 양상이 설명되지 않는다. …
외삽론은 좋은 이론이 아니다. 생명의 역사에서 펼쳐진 대규모의 양상(특히, 대멸종 사건에 연루되 양상)은 국소 개체군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외삽하는 방식으로는 도저히 이해될 수 없다. …
진화생물학 기법을 사용하여 인간의 사회적 행동을 설명하려는 시도들은 대체로 실패해왔고, 진화생물학의 일방적인 편견으로 말미암아 손상되어 왔다. 그런 시도들은 대개 생물학적으로 너무 고지식한 것이다. —p199-201
저자인 Kim Sterelny의 견해:
여러 쟁점들에 대한 굴드와 도킨스의 견해 차이를 전반적으로 고려해 볼 때, 나의 견해는 도킨스 쪽에 훨씬 더 가깝다. 특히, 소진화에 대한 도킨스의 견해는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진화가 단지 소진화의 총합은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굴드의 고생물학적 관점은 대멸종과 그것의 결과에 대한 진정한 통찰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그리고 어쩌면 종과 종분화의 본성에 대해서도 의미있는 통찰을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종합적인 판단을 내려보자. 국소적 교모의 진화에 대한 도킨스의 주장은 분명히 옳다. 하지만 국소적 규모의 사건과 고생물학적인 거대 규모의 사건 사이에 도대체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굴드의 견해가 더 옳을 수도 있다. —p209-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