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멸종
대멸종
굴드는 Natural History라는 잡지에 쓴 여러 편의 글에서 대멸종이 생명의 역사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 굴드의 분석에 따르면 이 거대한 운석은 그저 운명이 다한 계통들을 해치워 준 것이 아니다. 만일 소행성이 지구를 비껴갔다면, 공룡은 지상의 생태계를 여전히 지배하고 있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고래는 기회를 잡아보지도 못했을 것이며, 포유류는 여전히 어둠 속을 살금살금 기어다니며 곤충이나 잡아먹는 쥐새끼만한 크기의 존재였을 것이다. —유전자와 생명의 역사, 7장 “국소적 과정과 전지구적 변화”
굴드는 대멸종과 배경멸종의 근본적인 질적 차이를 강조한다. 즉, 그는 별 문제 없이 잘 살아오던 생물군들이 대멸종 사건을 통해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는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물론, 이런 그의 주장은 증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강한 설득력이 있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종 수준의 속성들이 그 자신의 생존을 부분적으로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즉, 그에게 있어서 대멸종 체제는 종 선택의 체제인 셈이다. —p143, 유전자와 생명의 역사 9장 “대멸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