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
부임육조
수령이 임명을 받고 임지에 가서 처음으로 수령의 사무를 처리하기까지 명심해야 할 일.
제배
- 다른 벼슬은 다 구해도 좋으나 목민관만은 구할 것이 못된다. 임관 발령을 받아 처음에 재물을 함부로 나누어 주거나 써서는 안 된다. 저보(邸報)를 처음 내려보낼 때 그 폐단을 줄일 수 있는 것은 줄여야 한다. 부임할 때 여비를 국비로 받고서도 또 백성들에게 거둔다면 임금의 은혜를 감추고 백성의 재물을 약탈하는 것이니 하여서는 아니 된다.
계행
- 차례로 다른 고을의 관부를 방문하여 마땅히 먼저 그 고울의 수령으로 와 있는 자에게서 백서 다스리는 도리를 익숙히 강론할 것이요, 농지거리로 밤을 보내서는 안된다. 이미 그 도에 들어오면 각 고을의 수령들은 모두 동료로서 우의가 있는 터이니 마땅히 찾아봐야 하고 그대로 지나쳐서 오만한 태도를 보여서는 안된다. 더군다나 그들은 그 도에서 수령으로 있은 지가 이미 오래니 그곳의 풍속과 물정과 고쳐야 할 폐단을 잘 알고 있어서 물어볼 만한 것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율기육조
자기의 몸을 단속하기 자기 자신을 바르게 관리하는 일.
칙궁
- 일어나고 앉는 것에 절도가 있어야 하고 갓과 띠의 차림은 단정해야 하며, 백성들을 대할 때에 장중해야 하는 것은 옛 사람의 도다. 날이 밝기 전에 일어나서 촛불을 켜놓고 세수한 뒤에 옷을 정돈하여 입고 단정하게 앉아서 정신과 기운을 가다듬는다. 조금 뒤에 생각의 실마리를 풀어서 오늘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찾아내어 먼서 선후의 순서를 정한다. 그리고 제일 먼저 해야 할 사건을 놓고 그 최선의 처리 방법을 생각한다.
- 말을 많이 하지 말 것이며 갑자기 성내지 말아야 한다.
- 아랫사람을 관대하게 다루면 백성이 순종하지 않는 자가 없다. 그런 까닭에 공자는 말하기를 “남의 위에 있어서 관대하지 못하고 예를 행함에 있어서 공경하지 못한다면 내 그에게서 무엇을 볼 것이 있겠는가?” 했으며, 또 말하기를 “너그러우면 여러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 했다.
- 군자가 무게가 없으면 위엄이 없다. 백성의 위에 있는 사람은 자신을 무게 있게 가지지 않으면 안된다. 배도가 중서령으로 있을 때 갑자기 관인을 잃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그러나 배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태연히 술만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 뒤에 관인이 제자리에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이번에도 배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좌우 사람들이 그 까닭을 묻자 배도는 대답하기를 “이것은 반드시 어느 아전 문권에 찍으려고 훔쳐간 것이니 만일 일이 급하면 물이나 불에 던져 흔적을 없앨 것이요, 내버려 두면 자연 제자리에 갖다놓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오” 했다는 것이다.
- 술을 끊고 여색을 끊으며, 노랫소리와 음악을 물리치고, 공손하고 단정하며 엄숙하기를 대제를 받드는 것처럼 해야 하며, 감히 놀고 즐기는 것으로 정사를 거칠게 하고 안일에 빠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봉공육조
수령의 가장 초보적이고 기초적인 복무 기율.
예제
- 이웃 고을과는 서로 친목하고 예로써 접촉하면 허물이 적을 것이다. 이웃 고을의 수령과는 형제 같은 우의가 있는 것이니 저쪽에서 비록 잘못된 일이 있을지라도 서로 미워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웃 고을과의 다툼은 어디에서나 보는 일이지만 내 고을의 백성도 백성이요, 이웃 고을의 백성도 백성이다. 따라서 진정으로 백성을 사랑한다면 백성 때문에 이웃 고을과 서로 다툴 것은 없는 것이다.
- 교대한 전임자는 동료로서의 우의가 있다. 전임자가 후임자에게 잘못된 일을 남겼을지라도 후임자는 전임자의 과실을 비난하지 말아야 원망이 적을 것이다. … 후임자가 자기의 잘하는 것을 더욱 뚜렷이 드러내기 위하여 전임자를 비난 공격하는 일이 가끔 있는데, 이것은 자신의 인격을 손상시키는 결과가 될 뿐이다.
공납
- 상사의 명령이 불법하는 것이거나 혹은 지금의 백성의 정상으로 보아 강행할 수 없는 것이 있으면 마땅히 그것이 불가하다는 것을 굳이 주장하여 그대로 봉행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 상사가 사리에 맞지 않는 일을 강제로 군현에 배정하여 시키는 일이 있을 때에는 수령은 반드시 이가 되고 해가 되는 점을 자세히 진술하여 시키는대로 거행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애민육조
수력이 백성을 보살피는 일. 곧 노인을 공양하고 어린이에게 관심을 가지며 가난과 질병에 대처하는 일.
이전육조
특히 인사에 관계되는 일.
속리
- 수령이 좋아하는 것을 아전이 영합하지 않는 것은 없다. 내가 재물을 좋아하는 줄 알면 반드시 이로써 나를 유혹할 것이다. 한번 유혹을 당하면 곧 그들과 함께 죄에 빠지고 말 것이다.
- 알지 못하면서 아는 체하여 물이 흐르는 것처럼 술술 결재하는 것은 수령이 아전의 계략 속에 떨어진 때문이다. 무엇이든지 아는 체하고 알지 못하는 일도 아랫사람에게 묻기를 부끄러워하여 소경처럼 도장을 찍어 쉽게 결재하는 것을 자랑으로 알고 있으면 간악한 아전들에게 떨어지는 것이 된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 하고, 자세한 것은 물어서 완전히 사실을 파악한 뒤에 비로서 결재할 것이다.
- 그들을 예로 질서를 세우고 운정으로 대우하라. 그렇게 한 뒤에 법으로 단속해야 한다. 만일 그들을 업신 여기고 억눌러서 혹사하며, 조리도 순서도 없이 마음 내키는 대로 대우한다면 그들은 단속을 받지 않을 것이다.
찰물
- 모든 미세한 과실과 작은 흠은 마땅히 더러운 것을 머금고 병을 감추듯 덮어두어야 한다. 자세하게 빈틈없이 밝혀내는 것은 밝은 것이 아니다. 모르는 척하다가 이따금 간사한 것을 적발하는 것을 기민하기가 신과 같이 해야 백성들은 비로소 두려워할 것이다.
고공
- 벼슬아치가 할 일은 반드시 그 공적을 고사해야 하는 것이다. 벼슬아치들이 공적을 고사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힘써 일하지 않는다. 오늘날 죄는 벌하면서 공이 있는 것은 전혀 상주지 않는다. 이것은 이료의 풍습이 날로 간악해가기 때문이다.
호전육조
호전에 규정된 사항 가운데 군현에 관계되는 중요한 일.
예전육조
제사와 손님 접대, 교육, 학문, 신분 제도 등의 일.
병전육조
군정과 군사에 관한 일체의 사항.
형전육조
모든 형벌에 있어 공정하고도 정확한 처리를 해야 한다는 일.
공전육조
산림, 천택, 영선, 도로의 행정에 대한 일.
진황육조
흉년에 빈민을 돌보는 일.
해관육조
수령이 바뀌어 돌아갈 때의 태도와 그 뒤에 남긴 치적.
체대
- 벼슬이란 반드시 체임되는 것이다. 체임되어도 놀라지 않으며 벼슬을 잃고도 못내 아쉬워하지 않으면 백성들은 그를 존경할 것이다.
- 벼슬을 버리기를 헌신짝 버리듯이 하는 것은 예전의 도리였다. 해임되어서 슬퍼한다면 또한 부끄럽지 않겠는가.
- 고을의 부로들이 교외까지 전송 나와서 술을 권해 보내기를 어린애가 어미를 잃은 것 같은 심정이 말에 드러난다면 수령된 자 또한 인간 세상에서 더할 수 없는 영광이 될 것이다.
- 해관하고 돌아가는 길에서 완악한 무리를 만나 그들의 꾸짖고 욕하는 것을 받고 악하다는 소문이 멀리 퍼진다면 이것은 인간 세상에서 더할 수 없는 치욕일 것이다.
귀장
- 맑은 선비가 벼슬을 내놓고 돌아갈 때의 행장은 뛰어나게 청고하여 낡은 수레에 파리한 말이니 맑은 바람이 사람을 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