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따라가기 과업

  • 2025-07-24

2023-03-26 메모

UI 용어 중 ‘길 따라가기 과업steering task’이라는 게 있다. 포인팅 장치(손가락, 팬, 마우스)가 특정 위치에 도달하기만 되는 ‘가리키기 과업pointing task’과 달리, 포인팅 장치가 정해진 좁은 길(path, tunnel, trajectory)을 따라가야 하는 과업이다.

가리키기 과업의 수행 속도는 피츠의 법칙에 의해 잘 설명된다. 간단히 말하면 거리가 가까울수록, 그리고 타겟의 영역(정확히는 그냥 ‘영역’이라고 하면 안되고 이동축 방향으로의 너비)이 넓을수록 수행 속도가 빨라진다.

길 따라가기 과업은 가리키기 과업과 다르기 때문에 다른 법칙을 따르는데 이걸 ‘길 따라가기 법칙steering law’이라고 부른다. 길이 짧을수록, 그리고 길이 넓을수록 수행 속도가 빨라진다. 피츠의 법칙을 확장한 1997년 연구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dl.acm.org/doi/pdf/10.1145/258549.258760

문제는 길 따라가기 법칙을 원래 연구와 별 상관 없이 아무데나 적용하는 글이 많다는 점이다. 원래의 연구에서는 길에서 벗어나면 오류로 간주했다. 즉, 마우스가 ‘좁은 길’을 벗어나면 하위 메뉴가 사라져버리는 그런 상황에 적용할 수 있다.

그런데 슬라이더 UI는 하위 메뉴 선택과 달리 일단 썸(thumb)을 잡은 뒤에는 마우스가 트랙(track)을 벗어나도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트랙이 아무리 좁아도 별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글들에서 슬라이더 UI의 단점을 언급하면서 길 따라가기 법칙을 근거로 삼고 있는데(심지어 닐슨 노먼 그룹도: nngroup.com/articles/steering-law/), 내가 읽은 연구들에는 딱히 근거가 될만한 내용이 없었다.

슬라이더 UI에 문제가 없다는 게 아니라, ‘길 따라가기 법칙’을 근거로 쓰면 좀 이상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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