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품질

단백질 품질의 개념, 계산법, 오해.

개요

식물성 단백질은 품질이 낮은 불완전 단백질이고, 채식만 하면 단백질 결핍으로 인해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는 주장을 종종 듣는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영양학적 근거가 없거나 낡은 연구에 기반하고 있다.

서양식 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단백질을 이미 과도하게 섭취하고 있다. 육류 업계, 낙농업계 등에서 퍼트리고 있는 단백질 미신으로 인해 과도한 육식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많은 연구에 의하면 동물성 식사(소, 돼지, 닭, 닭알, 소젖 등)는 심장 질환, 비만, 당뇨, 유방암, 전립선암, 대장암, 자가면역 질환, 신장 질환, 안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반면, 채식 특히 자연식물식은 이러한 질환을 예방하거나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건강을 생각한다면 육식을 최대한 줄이고, 되도록이면 채식을, 특히 자연식물식을 하는 편이 좋다.

단백질, 필수 아미노산, 아미노산 조성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려면 다양한 종류의 아미노산이 필요하다. 이 중 일부 아미노산은 체내에서 충분히 생산되지 않거나 전혀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만 한다. 이런 아미노산을 필수 아미노산이라고 부른다.

아미노산은 단백질을 통해 섭취한다. 단백질은 여러 종류의 아미노산이 길게 연결된 실뭉치처럼 생긴 분자다. 단백질을 섭취하면 소화 과정에서 아미노산으로 분해된다. 단백질의 종류에 따라 어떤 아미노산들이 얼마나 담겨 있는지에 차이가 있다. 이를 단백질의 아미노산 조성이라고 부른다.

아미노산 조성과 제한 아미노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수 아미노산 종류별로 인간에게 필요한 최소량이 양이 다르기 때문에 영양학적인 측면에서는 이러한 기준들을 정량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세계보건기구 기준으로 아이소류신은 히스티딘에 비해 두 배 더 많이 섭취해야 한다.

특정 단백질에 담긴 필수 아미노산의 비율이 정확히 인간이 필요로 하는 비율이랑 딱 맞으면 가장 좋을텐데, 그런 이상적인 단백질은 인육 뿐이다. 따라서 단백질에 포함된 다양한 아미노산 중에서 인간이 필요로 하는 양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장 함량이 낮은 아미노산이 무엇인지를 알면 해당 단백질을 얼마나 섭취해야 필수 아미노산을 부족함 없이 얻을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이처럼 상대적 함량이 가장 낮은 아미노산을 그 단백질의 제한 아미노산이라고 부른다.

단백질 품질

단백질이 간판이고 아미노산이 간판에 담긴 알파벳이라면 이런 비유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인체는 간판 재활용 공장이다. 이 공장에서는 외부에서 수거한 간판(섭취한 단백질)의 알파벳을 추출(아미노산으로 분해)해서 “HELLO”라는 단어가 담긴 새 간판(체내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단백질)을 매일 열 개씩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매일 알파벳 H, E, O 10개와 알파벳 L 20개가 필요하다.

만약 이 공장에서 “HOLE”이라고 쓰인 간판 10개를 수거했다면 “HELLO”라는 간판을 5개 밖에 만들 수 없다. L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할당량인 매일 10개의 “HELLO” 간판을 만들어내려면 “HOLE”이라는 간판을 20개 수거해야만 한다.

위 비유에서 “HOLE”이 우리가 섭취하는 단백질이라면 이 단백질의 제한 아미노산은 “L”이고, 이 단백질의 단백질 품질은 0.5점이다. 제한 아미노산이 필요로 하는 양의 절반(1/2 = 0.5)이기 때문이다.

단백질의 품질이란 단백질을 인체에서 소화하여 얻어낸 아미노산의 조성, 특히 제한 아미노산을 드러내는 지표다. 따라서 소위 “품질이 낮은” 단백질을 통해 흡수한 아미노산은 그 품질이 낮다는 식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아미노산의 품질이라는 개념은 없다. 특정 아미노산을 동물성 단백질을 통해 섭취하건 식물성 단백질을 통해 섭취하건 정확히 같은 분자다.

게다가 다시 강조하자면, 한국을 포함하여 풍요로운 나라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하고 있으므로 단백질 품질을 따지기보다는 그냥 지나친 편식만 하지 않으면 필수 아미노산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단백질 품질 계산보다 육식을 끊고 자연식물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단백질 품질을 계산하는 지표들

인간이 필요로 하는 필수 아미노산의 비율을 어떻게 계산하는지, 단백질이 소화되어 인체에 아미노산이 흡수되는 정도를 어떻게 측정하는지 등에 따라 단백질 품질을 평가하는 지표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현재 세계보건기구 산하 식량농업기구 및 미국 식품의약국에서 쓰는 기준은 PDCAAS(Protein Digestibility Corrected Amino Acid Score; 단백질 소화율 교정 아미노산 점수)다. PDCASS는 섭취한 아미노산 중 배설된 아미노산을 뺀 나머지는 모두 흡수된 것으로 가정한다. 하지만 장내 미생물이 흡수하는 경우 등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2013년에 기존 PDCAAS의 단점을 개선한 DIAAS(Digestible Indispensable Amino Acid Score; 소화가능한 필수 아미노산 점수)라는 지표가 새로 제안된 상황이다. DIAAS는 소장에서 실제로 흡수하는 아미노산을 측정하기 때문에 좀 더 정확하다.

PDCAAS 기준으로는 대두 단백질이 0.91점에서 1점 사이, 완두콩 단백질이 0.89점으로 높은 편이다. DIAAS 기준으로는 대두 단백질이 0.9점, 완두콩 단백질이 0.82점이다. (참고로 소고기는 PDCAAS 기준 0.92점)

완전 단백질과 불완전 단백질

완전 단백질 참고.

소화되지 않은 단백질과 단백질 과잉

섭취한 모든 단백질이 항상 잘 분해되고 흡수되는건 아니다. 소화되지 않은 단백질은 대부분 대장을 통해 배설되지만, 육식 위주 식사를 하는 경우 섬유질이 부족하여 대장에 지나치게 오래 머물며 암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 영아의 경우 소화되지 않은 단백질이 혈액에 섞여 들어갈 수 있는데, 이는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필요한 양 이상으로 단백질을 섭취할 경우 체내에 지나치게 많은 암모니아가 생성될 수 있고 이는 간과 신장에 무리를 일으킬 수 있으며,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된다.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개발도상국에서는 이미 단백질을 필요 이상으로 섭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단백질 결핍만을 걱정하곤 한다. 흔히 말하는 “저단백 다이어트”란 사실은 “적절단백 다이어트”다.

식물성 단백질과 동물성 단백질

완전 단백질-불완전 단백질이라는 구분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별 의미가 없다. 영양학적 측면에서 이보다 훨씬 중요한 구분은 식물성 단백질-동물성 단백질이다.

동물성 단백질은 신장 질환을 악화시키는 반면, 식물성 단백질은 신장 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점이 대규모 연구(11952명)를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할 때 발생하는 염증 반응 때문이다. 실제로 동물성 단백질을 소염제와 함께 섭취하면 신장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한 동물성 단백질에는 식물성 단백질에 비해 황 함유 아미노산이 많은 편이라 대사 과정에서 황산을 발생시킨다. 이 점도 신장에 부담을 주는 요인 중 하나다.

결론

요약하면 이렇다.

  • 완전 단백질, 불완전 단백질은 잘못된 이분법이다.
  • 단백질의 “품질”은 단백질을 소화하여 얻어지는 아미노산 조성 차이를 이르는 말일 뿐, “품질 좋은 아미노산”이나 “품질 낮은 아미노산” 같은 개념은 없다.
  •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개발도상국의 경우 단백질 결핍이 아닌 육식 위주 식단으로 인한 단백질 과잉 섭취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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