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가소성

본성-양육 논쟁과의 관련성

신경가소성을 “인간에게 내제된 본능의 정도”를 측정하는 기준으로 보는 견해로 인해, 가소성은 본성-양육 논쟁과 깊은 관련이 있다. 본성론자들은 가소성이 생각보다 크지 않음을 강조하고, 양육론자들은 생각보다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

핑커

가소성이 높아 보이는 사례들:

새로운 과제로 인한 뇌 조직의 재배치는 특히 사람들이 어떤 감각이나 신체부위를 잃었을 때 극적으로 일어난다. 선천적 시각 장애인들은 점자를 읽을 때 시각 피질을 이용한다. 선천적 청각 장애인들은 수화를 할 때 청각 피질을 이용한다. 수족 절단 수술을 받은 사람들은 신체의 다른 부위들을 움직일 때 지금은 사라진 그 부위를 담당했던 피질 부분을 이용한다. …

이 모든 것들이 의미하는 바는, 지각, 인자 과정에 따라 뇌 조직이 배치되는 것은 두개골 속에 세포 조직이 정확히 자리잡는 방식으로 영원히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뇌 자신이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이다.

자궁 속에서 형성되는 뇌에서도 이런 극적인 조직 배치를 볼 수 있다. 공장에서 조립이 완료된 후에야 처음으로 켜지는 컴퓨터와는 달리 뇌는 조립되는 동안에도 활동하고 그 활동이 조립 과정에 관여할 수 있다. …

한 대단한 실험에서 신경학자 므리강카 수르(AnswerMe)는 흰족제비의 뇌를 재배선해서, 눈으로 들어오는 신호가 보통 귀로 들어오는 신호를 받는 뇌 부위인 1차 청각 피질로 공급되게 했다. 그 청각 피질을 전자 봉으로 탐침한 그는 그것이 여러 면에서 시각 피질과 비슷하게 작동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횐족제비는 심지어 재배선된 뇌를 이용해서, 시각적으로만 탐지할 수 있는 물체를 향해 이동했다. 이것은 감각 피질에 유입된 정보 때문에 그렇게 조직된 것이 분명하다. 시각 정보가 청각 피질을 시각 피질처럼 기능하게 만든 것이다. …

사실 가소성에 대한 증명들은 첫눈에 보이는 만큼 완벽하지 못하다. 신경가소성이 있다고 가정되는 피질의 부위들은 변경되었을 때에나 변경되지 않았을 때에나 매우 비슷한 활동을 보인다. —p160-161, 빈 서판

하지만 가소성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대개 남성 동성애자들의 성적 취향은 경험에 의해 역전되지 않는다. 이렇게 마음의 어떤 부분들은 가소성이 매우 낮은데, 감각 피질의 배선 방식에 대한 어떤 발견도 그 사실을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p176, 빈 서판

이제 신경가소성의 가장 놀라운 경우로 눈을 돌려 보자. 눈으로 들어온 정보가 청각을 담당하는 시상과 피질로 공급되어 그 부위가 시각을 담당하는 시상과 피질처럼 작동하도록 재배선된 흰족제비가 그 주인공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물이 포도주로 변하지는 않는다. 므리강카 수르와 그의 동료들은 그렇게 방향을 바꾼 입력 정보로 인해 청각적 뇌의 실제 배선이 변한 것이 아니라 단지 시냅스의 강도 패턴이 변했음을 지적했다. 그 결과 그들은 채택된 청각적 뇌와 정상적인 시각적 뇌 사이의 많은 차이점들을 발견했다. 청각적 뇌의 조직은 시각적 분석이 아니라 청각적 분석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에 그 뇌의 시야 표현은 선명도와 조직성이 떨어졌다. 예를 들어 시야 지도는 상하 방향보다는 좌우 방향으로 훨씬 정확했다. 정상적인 동물의 청각 피질의 수평축은, 서로 다른 소리의 주파수를 표현하고 따라서 주파수의 순서대로 정확히 배열되는 내이로부터 입력 정보를 얻는데, 이 흰족제비와 같은 경우에는 좌우 방향이 유전 지도상 그 청각 피질의 수평축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상하 방향은 보통 같은 주파수를 가진 다량의 정보를 받는 척각 피질의 수직축과 일치했다. 므리강카 수르는 또한, 1차 청각 피질과 듣기와 관련된 뇌의 다른 부위들 사이의 연결이 새로 유입된 정보에 의해 변하지 않았음을 지적한다.

따라서 입력 정보의 패턴이 감각 피질의 일부를 조율해서 그 정보를 잡게 할 수는 있지만, 이미 존재하는 배선의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한다. —p178-179, 빈 서판

인간의 신경가소성이 무한하다는 인상은 또한 아이들이 때때로 이른 시기에 뇌 손상에서 무사히 회복되는 경우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뇌성마비 - 기형이나 초기의 뇌 손상으로 인한 운동 제어와 언어의 영구적인 장애 - 가 존재한다는 것은 어린 뇌의 가소성도 심하게 제한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p184, 빈 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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