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ns, germs and steel
- 2013-03-01 (modified: 2025-09-21)
- 별칭: 총, 균, 쇠
- 저자: Jared Diamond
홍적세 후기에서 근대까지의 인류사(특히 1만 2천년 전부터 근대까지)를 주로 지리/환경/생태 관점에서 서술한 책. 고인류학이나 진화심리학에서 주로 다루는 시기는 대체로 약 10만년 전에서 끝나고, 보통의 역사책들은 기원전 7세기-기원전 10세기(그리스 고전기 혹은 고졸기) 혹은 기원전 40세기 쯤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그 사이가 좀 비는데, 이 책이 간극을 약간 좁혀주는 역할을 해서 좋았다.
(2013년 3월 경에 읽고 정리함)
이 책에서 답하고자 하는 것
이 책은 다음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현존하는 국가간, 지역간 힘의 불균형이 존재하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이를테면 미국이 왜 뉴기니보다 잘 살게 되었나? 이를테면 왜 뉴기니인들은 미국인들보다 못사나?
이에 대한 저자의 짧은 대답은 다음과 같다:
대륙간 장기적인 차이는 각 대륙에 거주하는 사람들에 내제된 차이 보다는 주로 환경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부연하자면 이렇다.
저자에 따르면 약 1만 2천년 전 농경으로 인한 식량 생산량 증가, 생산량 증가로 인한 인구수 증가와 인구 밀도 증가, 이에 따르는 전문화와 기술 발달 및 정치 체계의 발달 등이 문명 발달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었고, 농경이 시작되기 좋은 환경적 조건이 갖춰진 곳에서 문명이 더 일찍 시작될 수 있었으며 이 차이가 현대 사회의 불평등에 대한 근본적 원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농경이 시작되고 확산될 수 있는 환경적 조건이 무엇이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환경의 차이들
한편 여기에서 “환경의 차이”라고 할 때,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네 가지 차이들은 다음과 같다:
- 가축화/재배가 가능한 야생 동식물의 종류 차이
- 대륙 내 확산과 이주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
- 대륙 간 확산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
- 대륙의 크기 또는 총 인구수의 차이
각각에 대해 조금만 더 자세히 살펴보자.
가축화/재배가 가능한 야생 동식물의 종류 차이
1만 2천년 전 야생종 대부분은 가축화/재배에 부적합하였고, 그나마도 홍적세 후기 (약 12만년 전 ~ 1.2만년 전)에 오스트레일리아 및 아메리카 대륙의 야생종이 특히 많이 멸종하는 바람에 이러한 지역에서는 가축화나 농경이 어려웠다. 반면 비옥한 초승달지대를 비롯한 유라시아 지역은 가축화나 농경에 적합한 동식물이 풍부했기에 이 지역에서 먼저 문명이 발달할 수 있었다.
대륙 내 확산과 이주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
한편, 유라시아 대륙은 땅이 동서축으로 길게 연결되어 있어서 동식물을 포함한 인류 문명의 확산 및 이주가 용이했다. 왜냐하면 동서축은 남북축에 비해 비교적 생태적 환경이 균일하기 때문이다.
반면 아프리카 대륙은 땅이 남북축으로 길고, 뉴기니는 심한 고도차로 인한 지리적 격리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대륙 간 확산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
이에 더하여, 어떤 대륙은 다른 대륙들과 더 격리되어 있기 때문에 문명의 대륙간 확산의 용이성에 있어서도 차이가 발생한다. 지난 6000년 간을 살펴보면 유라시아에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로의 확산은 다른 지역들(이를테면 오스트레일리아는 다른 대륙과 떨어진 섬)에 비해 용이했다.
대륙의 크기 또는 총 인구수의 차이
넓은 대륙 혹은 높은 인구수는 곧 더 많은 잠재적 발명가, 더 경쟁적인 사회들, 수용할 수 있는 더 많은 혁신들, 혁신의 수용과 유지에 대한 더 큰 압력 등을 의미한다.
반면, 아메리카 대륙의 경우 땅 자체는 넓었지만 지리적/생태적 격리로 인해 마치 서로 잘 연결되어 있지 않은 작은 대륙들과 유사했다고 한다.
지리결정론이라는 비판
기존의 역사학자나 인류학자들 사이에서 이 책의 주장이 지리결정론적이라고 비판하는 모양인데, “영향을 준다”는 주장을 “결정한다”는 주장으로 오독(“오로지 지리적 요건만이 중요하다”)하거나 설명을 정당화로 오독(“유럽이 잘 살아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정작 저자는 책에서 여러 차례 유럽인들의 자만을 경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독이 종종 일어나는 모양이다.
오히려 종의 기원에 담긴 아래와 같은 편견(오스트레일리아나 희망봉에는 재배할만한 식물이 없는 이유는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미개하여 품종 계량을 충분히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총, 균, 쇠”의 관점으로 반박될 수 있다:
It is not that these counties, so rich in species, do not by a strange chance possess the aboriginal stocks of any useful plants; but that the native plants have not been improved by continued selection up to a standard of perfection comparable with that acquired by the plants in countries anciently civilized. —Chapter 1, On the origin of spec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