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의 진화

유기체의 진화와 과학적 사고의 진화 사이의 유사성:

유기체의 진화를 과학적 사고의 진화에 연관짓는 비유법은 무리하게 진전되기 쉽다. 그러나 이 마지막 장의 문제에 관해서만큼은 그 비유가 거의 완벽에 가깝다. 12장에서 기술한 혁명의 종결 과정은, 미래 과학을 하는 데 가장 적절한 방법이 무엇이냐에 관하여 과학자 집단 내에서 빚어졌던 갈등에 의한 도태와 선택이다. 정상 과학의 기간을 사이에 두고 그러한 혁명적 선택이 지속된 결과, 우리가 현대 과학 지식이라고 일컫는 놀라울 정도로 잘 적응된 일련의 수단을 갖게 되었다. 그러한 발전 과정에서 각 단계는 명료화와 구체화에서 좀더 진전된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생물학적 진화가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하듯이, 전반적인 과정은 확정된 목표와 영구 불변의 과학적 진리가 없이도 일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과학 지식의 발달의 각 단계가 좋은 범례이다. —p183, 제13장 “혁명을 통한 진보”, 과학 혁명의 구조

인식적 내용이 걸린 한 문제에 대한 경쟁과 자연선택의 유사성:

인식적 내용이 걸린 한 문제를 놓고 여러 추측과 가설들 사이에 벌어지는 경쟁은 정말로 자연선택의 상황과 많이 흡사하다. 그런 경쟁안들 가운데 어느 하나가 - 적어도 잠정적인 - 승리를 선언하게 된다. 피상적인 수준에서 보자면, 과학이론들의 역사적 진보과정이 다윈이 말하는 진화적 변척과정과 강한 유사성을 띤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

자세히 분석해보면, 지식의 변천과 진짜 진화적 변화 사이에는 여러 가지에서 차이가 있음이 드러난다. 예를 들어 이론들의 다양한 변이는 유전적 변이에서처럼 우연에 의해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이론들을 주창하는 사람들의 사유활동에 의해 생겨난다. 이것은 옳은 지적이긴 하지만 그다지 무게 있는 논변은 아니다. 변이의 원천은 다윈적 과정에서 별 중요한 의미를 갖지 않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다윈은 그 이후로 반박된 것으로 간주되어온 용불용에 의한 이른바 라마르크적 과정의 개념을 수용했고, 또 환경에 의한 영향을 새로운 변이의 직접적 원천으로 받아들였다. 심지어는 1940년대의 종합설에서조차 변이의 원인으로 돌연변이, 재조합, 편향된 변이, 수평적 전달, 그리고 잡종 등 여러 요소들이 인정되었다. 그러므로 변이가 우연의 산물이냐 아니냐 하는 물음은 의미가 없다. —p167, 이것이 생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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