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s as extended phenotype

확장된 표현형으로서의 예술:

정자새는 몸의 장식과 미술 사이에 진화상의 연속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어쩌다 보니 그들은 사촌인 극락조와는 달리 몸의 깃털로 장식을 삼지 않고, 잔가지와 난초로 구애 조형물을 짓게 된 것이다. 우리도 우연한 기회에 바위나 천에 색칠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생물학자들도 몸에 울타리를 쳐 놓고 그 바깥에 있는 것은 진화의 힘 바깥에 있는 것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확장된 표현형에서 도킨스는 유전자들은 종종 몸을 벗어나 환경에까지 뻗치는 효과들을 위해 선택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거미줄, 흰개미의 흙둔덕, 비버의 댐 건설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에 대해 논의해 보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이다. 어떤 유전자들은 심지어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타인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 타인의 뇌에까지 손길을 뻗치기도 한다. 모든 성적 장식들은 이런 식으로 타인의 짝 고르기 시스템에 손길을 뻗친다. 유전자는 생화학적 차원에서는 단지 단백질을 만들 뿐이지만, 진화의 차원에서는 두 눈을 만들고, 뇌를 조직하고, 행동을 유발하고, 둥지를 짓고, 위계질서를 만들 수 있다. 생명체의 표현형은 몸이지만, 그것의 확장된 표현형은 환경에 뻗치는 유전자들의 손길 전부다.

이런 확장된 표현형의 관점에서 보면, 직립보행은 우리의 손을 해방시킴으로써 도구만 제작하게 한 것이 아니라 성적 장식과 미술 작품까지 만들 수 있게 했다. 장식들 가운데는 몸에 붙어 있는 것들도 있지만, 어떤 것들은 몸에서 멀찌감치 떨어져서 기억과 평판에 의해서만 연결되는 것들도 있다. 우리들은 황토, 안료, 문신, 흉터로 피부를 직접 장식한다. 또 얼굴에 화장을 한다. 머리카락을 땋고 염색하고 자르기도 한다. 보석과 옷으로 몸을 위감기도 한다. 심지어는 다른 종의 성적 장식들을 빌리기도 하는데, 새를 죽여 깃털을 가져어고, 포유류를 잡아 가죽을 가져오고, 식물을 꺾어 꽃을 가져온다. 더 나아가 동굴, 오두막, 궁전과 같은 거처를 장식하기도 한다. 우리는 힘닿는 데까지 각양각색으로 장식한 쓸모 있는 물건들을 만들며, 순전히 미적 호소력만 갖는 쓸모없는 물건들을 만들기도 한다. —p410-411, The mating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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