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동적 감지

Andy ClarkSupersizing the mind 1장 3절 요약

1.3. 능동적인 감지 (Active Sensing)

블럭 복사 과업(Block-copying task)이라는 것이 있다.

Block-copying task.png

위와 같이 컴퓨터 화면을 모델(model area), 목표 공간(target area), 자원 공간(resource area) 세 영역으로 나누어 제시한다(참고로 원래 실험에서 블록은 단색이 아님). 각 공간의 역할은 이렇다:

  • 모델 공간: 최종적으로 완성해야 할 블럭들의 배치
  • 자원 공간: 활용할 수 있는 블럭들이 널부러져 있는 공간
  • 목표 공간: 빈 작업 공간

피험자는 모델 공간을 참고하여 자원 공간에서 적절한 블록들을 가져다가 작업 공간에 배치해야 한다. Deictic codes for the embodiment of cognition에서 Dana H. Ballard 등은 피험자가 이 과업을 수행하는 동안 피험자의 눈동자 움직임과 마우스 움직임을 추적했는데, 흥미롭게도 예상보다 훨씬 빈번하게 모델 영역으로의 신속 안구 운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여러 추가적인 실험을 통해 내린 결론은 이렇다:

Thus fixation can be seen as binding the value of the variable currently relevant for the task. (따라서 안구 고정은 현재 과업과 부합되는 변수에 값을 대입하는 행위로 보아야 한다.)

풀이하자면 이런 뜻이다. 과업을 수행함에 따라 그때그때 필요한 정보가 있을 테다. 예를 들어 한 블록을 자원 공간에서 목표 공간으로 옮기려면 블록의 색상과 위치 정보가 필요하다(어떤 색상의 블록을 어떤 위치에 놓아야 하는지 알아야 하니까). 두 변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변수에 값을 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을 텐데 하나는 세상에 있는 정보를 복사해서 머릿속에 담아두는 방법(개발자라면 pass by value를 떠올리면 좋다), 다른 하나는 세상에 있는 정보를 거기에 그대로 두고 그때그때 참조만 하는 방법(pass by reference를 떠올리면 좋다)이다. 적어도 이 과업을 수행할 때 피험자들은 대체로 후자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체화된 에이전트인 인간은

  1. 눈동자의 움직임이나 머리의 움직임과 같은 신체적 움직임에 드는 비용과
  2. 세상에 존재하는 정보에 대한 사본을 머릿속에 지니고 다니기 위해 드는 비용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서 주어진 과업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개발자라면 (완전히 일치하는 비유는 아니지만) pass by value 때문에 발생하는 불필요한 메모리 할당/복사/해제 비용과 pass by reference 때문에 발생하는 접근 비용(indirect access) 사이의 흥정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다른 요건을 무시하고 효율성만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이 둘 중 어느 것이 항상 좋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서 C# 같은 언어는 기어이 이 두 가지를 모두 지원한다. 잘하는 개발자가 더 효율적인 프로그램을 만들 여지도 열리고, 동시에 무개념 개발자가 더 비효율적인 프로그램을 만들 여지도 열린다.)

이제 A walk on the wild side에서 말한 사소하지 않은 인과적 확산에 더하여, 체화된 행위자의 두 번째 특징을 말할 수 있다. 생태적 조합의 원리이다. 생태적 균형의 원리와 일부러 운을 맞췄다고 한다:

…the canny cognizer tends to recruit, on the spot, whatever mix of problem-solving resources will yield an acceptable result with a minimum of effort. (영리한 인지주체는 최소한의 노력만으로 수용 할만한 결과를 낼 수 있다면, 어떤 문제 해결 자원 조합이건 간에 가져다 쓸 것이다.)

인지주체(cognizer)라는 용어가 나오는데 그냥 행위자(agent)로 대체해도 대충 통한다.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면 별 이상한 조합(위 사례에서는 기억하는 대신 눈동자를 계속 움직이기)이라도 끌어다 쓴다는 뜻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즉석에서(on the spot)“인데, 이게 생태적 균형의 원리와 생태적 조합의 원리를 구분해주기 때문이다. 생태적 균형의 원리에서 말하는 감각, 운동, 신경적 제어, 몸의 형태 등의 균형은 진화 등을 통해 장시간에 걸쳐 얻어진 균형을 뜻하고, 생태적 조합의 원리에서 말하는 조합은 순간적으로 그때그때 일어나는 조합을 뜻한다.

물론 생태적 조합이라는 능력 자체도 진화적 적응에 의해 획득된 것이고, 생태적 조합의 가능성이 완전히 임의적이라고 보아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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