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어
상대를 낮추는 반말이 아닌 서로를 존중하는 형태의 평등한 반말.
혜진, 어떻게 생각해?
위와 같이 이름과 반말로 구성된 어법.
말 놓을 용기에서는 존비어체계에 대한 대안으로 평어를 제안한다.
알다시피 존댓말의 반대는 반말이다. 그런데 반말은 낮춤말이기도 하지만, 친한 사이나 또래 사이에 편하게 사용하는 말이기도 하다. 편의상 전자를 ‘반말 A’라고 부르고 후자를 ‘반말 B’라고 부르기로 하자. 그렇다면 존비어체계는 존댓말과 반말 A로 이루어진 체계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발만 A는 존비어체계 안에 포섭된 반말로 볼 수 있다. …
… 한국인은 종종 또래 언어 반말 B를 나이나 지위와 상관없이 사용한다. 그리고 이때 관계는 평등에 도착한다. … 그것은 바로 우호를 통해 생겨나는 평등이다. …
평어는 … 이름 호칭과 변형된 반말의 결합이다. … 이름 호칭의 중요성을 영어학자 김미경은 이렇게 말한다. “존대법에서 벗어나서, 누군가를 이름으로 부른다는 것은 상대를 개성을 가진 한 개인으로 인식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평어의 이름 호칭이라는 부품은 아주 중요하다. …
반말과 함께 사용되는 호칭들은, 새로운 관계 프레임의 창조를 가로막는 결과를 낳으면서, 늘 익숙한 프레임을 끌고 온다. 즉 ‘언니’, ‘형’, ‘세용아’, ‘선배’ 같은 호칭들은 가족 프레임과 학교 프레임을 끌고 온다. 이런 프레임은 성인의 자율적인 사회적 삶에 적한한 프레임이 아니며, 그렇기에 나는 이름 뒤에 붙는 ‘아’나 ‘야’를 제거하고 이름으로만 부르는 호칭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