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기이한 죽음: 이민, 정체성, 이슬람
영국의 보수 정치평론가이자 언론인인 더글라스 머레이의 2017년 저서. 소위 ‘이슬람 이민자 문제’ 때문에 유럽이 죽어가고 있다는 내용. 내 생각과는 매우 다른 주장.
서문 Introduction
유럽이 문화적 자살을 선택했다는 말로 시작한다. 적어도 유럽의 지도자들이 그런 선택을 했다고. 단순히 유럽연합의 규제나 인권 협약의 부담이 과중해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더 근본적인 문명의 쇠퇴를 의미한다고 주장.
저자는 두 가지 도전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 대규모 이민: 2차 세계대전 이후 노동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시작된 이민이 영구적 정착 패턴으로 변화했다.
- 신념의 상실: 서구 유럽인들이 자신들의 신념과 전통에 대한 믿음을 잃고, 다음 세대에 문화적 가치를 전달하지 못하게 되었다.
유럽의 이러한 상황을 “실존적 피로감”이라고 표현한다. 과거에 대한 깊은 죄책감과 함께 자신들의 이야기가 끝났다고 느끼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지적.
2015년 이민 위기 당시에도 이에 대한 논의가 제한되었다. 마크 주커버그가 이민 정책 비판을 제한했던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역사적으로 유럽은 외부 사상과 영향에 개방적이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현재 유럽은 “자신이 무엇인지 잃어버린 채” 새로운 이주민들을 자신의 문화에 통합시키려 노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문화적 정체성에 대해서도 다룬다. 현대 그리스인이 고대 그리스인과 다르듯, 현대 프랑스인도 고대 프랑스인과 다르다.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문화적 뿌리를 공유하고 있으며 시간이 흐르며 발전해온 공통된 정체성을 가진다고 설명한다.
책은 유럽이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중요한 시기에 놓여있으며, 새로 유입된 이들을 문화에 통합시키려 노력하는 와중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Chapter 1. 시작 The beginning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의 인구통계학적 변화를 추적. 2022년 발간된 “잃어버린 영국과 웨일즈”라는 보고서를 인용하며, 2050년이 되면 백인들이 런던에서 소수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소개.
역사적으로 영국은 매우 안정적인 인구 구성을 유지해왔다고. 심지어 노르만 정복 당시에도 영국 인구의 5%만이 노르만족이었으나, 1945년 이후 상황이 크게 바뀌기 시작함.
- 1948년: 영국국적법British Nationality Act이 제정되어 영연방 국가로부터의 이민이 허용됨
- 1950년대: 60년대에 걸쳐 서인도 제도,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에서 대규모 이민이 시작됨
2011년 인구조사 결과, 런던 거주자의 44.9%만이 ‘백인 영국인’으로 분류되고 잉글랜드와 웨일즈에서 약 300만명이 영어가 주 언어가 아닌 가구에 거주하고 있으며, 기독교 인구가 72%에서 59%로 감소했다고.
이녹 파월의 1968년 버밍엄 연설이 큰 논란을 일으켰으나, 여론조사 결과 69%의 대중이 그의 주장에 동의했다고 한다.
1997년 노동당 집권 이후 이민정책이 크게 바뀌었다. 특히 2004년 EU 가입국 출신 이민자들에 대해, 초기 예상치인 13,000명을 크게 웃도는 수의 이민자들이 유입되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 정치인들은 다양성을 찬양했으나, 다른 이들은 급격한 변화 속도에 대해 우려를 표명. 저자는 2012년이 되면서 영국은 수세기에 걸쳐 유지해온 인구 구성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모습으로 변모했다고 평가.
Chapter 2. 이민에 중독된 과정 How we got hooked on immigration
서구 유럽 전반의 2차 세계대전 이후 이민 패턴을 분석. 초기에는 단순히 노동력 부족을 메우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시작되었으나, 점차 영구적 정착으로 변화했다는 점을 지적.
2011년 인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날 밤, BBC는 ‘Newsnight’ 토론을 진행했는데 참가자의 3/4가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당시 토론자 중 한 명이었던 A. C. 그레일링은 자신이 성공적인 이민자의 후손이라며 이민이 긍정적이라고 주장.
저자는 이런 엘리트들의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2012년 설문에 따르면 67%의 영국인이 이민이 부정적이었다고 답했다는 점을 들며 엘리트와 대중의 인식 차이를 강조한다.
주요 논점들:
- 정치적 담론의 제한: 이민에 대한 정당한 우려조차 인종차별로 취급되어 제대로 된 논의가 불가능했다는 점
- 미디어의 자기검열: 옥스퍼드셔 아동학대 사건(2004-2012) 등에서 문화적 측면이 의도적으로 축소보도 되었다는 지적
- 역사 왜곡: “영국은 언제나 이민자들의 나라였다”는 주장이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지적
- 인구통계학적 전망: 현재 추세가 지속된다면 2060년대까지 백인 영국인이 소수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
저자는 이민의 적정 수준이나 인구구성 변화의 목표치 등에 대한 공개적 논의가 부재했다는 점을 비판한다. 대중의 우려가 정당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거나 비난하는 경향이 지배적이었다고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2016년 기준으로 이민자 수가 감소했는데, 이는 EU-터키 협정과 일부 국경 통제가 조용히 재개된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저자는 정치인들과 유명인들은 여전히 유럽이 이민자들을 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비판.
제3장. 우리가 스스로에게 한 변명들The excuses we told ourselves
유럽이 대규모 이민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한 ‘변명’들을 검토. 저자는 유럽의 정부들이 명시적인 대중의 승인 없이 대규모 이민을 허용했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다양한 근거들을 제시했다고 주장.
경제적 이점
UCL의 연구를 인용하며 1995-2011년 사이 비EU 이민자들로 인한 재정적 손실이 약 £950억에 달했다고 주장. GDP 증가나 세수 증가 같은 지표들이 실제 복지 지출을 고려하면 손실로 바뀐다고 설명.
인구학적 필요성
고령화 사회의 해결책으로 이민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비판. 이민자들 역시 결국 나이를 먹기 때문에 이는 지속가능한 해결책이 아니며, 오히려 더 많은 연금과 의료 서비스가 필요해질 것이라고 경고. 사르코지나 메르켈 등 유럽 지도자들의 발언을 인용하며 이러한 주장이 허구임을 강조.
일본과의 비교
저자는 일본의 사례를 들어 대규모 이민 없이도 경제적 강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본이 이민 대신 자동화와 기술 혁신을 선택했다는 점을 강조.
변명의 본질
저자는 이러한 변명들이 근본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가정들에 기반하고 있다고 비판. 로덤 아동학대 스캔들과 같은 사례를 들며, 이민에 대한 비판을 인종차별로 몰아 토론 자체를 봉쇄하려 했다고 주장한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유럽의 이민 정책이 감정적이고 비현실적인 가정들에 기초했으며, 실제 데이터는 대규모 이민의 부정적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Chapter 4. ‘유럽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Welcome to Europe’
이탈리아의 남단 섬 람페두사를 중심으로 지중해 이민자들의 유입 과정과 그 영향을 다룬다. 관광지였던 이 섬이 주요 이민 경로가 되면서 겪게 된 변화, 다양한 이주민 집단의 경험, NGO 활동가들의 도전, 그리고 난민 신청 시스템의 과부하 현상을 설명.
저자는 유럽이 난민 위기에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당국의 대응이 임시방편적이고 장기적 해결책이 부재하다고 주장한다. 람페두사가 유럽 이민 위기의 상징이 되었으며 인도주의적 의무와 국경 통제 사이의 긴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
초기 상황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고 설명. 하루에 약 1~2,000명의 이주민이 도착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익사. 시신 수습과 매장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는데 시신이 너무 많아 신원 확인이 어려웠고 매장할 공간도 부족했다고.
이주민들의 패턴도 시간에 따라 변화했다:
- 초기: 요트를 타고 오는 부유한 시리아인들
- 이후: 더 위험한 수단을 이용하는 가난한 난민들
- 마지막: 동반자 없는 미성년자들의 증가
시스템 과부하
지역 당국의 수용 능력을 크게 초과하는 상황이 계속되었다고 설명.
- 수용소는 수용 정원인 1천명을 크게 초과한 2천명 이상을 수용
- 특히 에리트레아인들이 많았는데, 이들은 종교적/군사적 이유로 체류를 희망
- 2013년 이후 시리아 난민이 급증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
운영의 실제
인신매매범들이 난민을 이용해 돈을 벌어들이는 현상이 만연하다고 지적.
Chapter 5. ‘다 봤습니다 We have seen everything’
앙겔라 메르켈의 난민 정책과 그 여파, 2015년-2016년 사이의 정책 변화와 대중의 반응을 기술.
2015년 독일 정부는 80만명의 난민을 예상했다. 이는 전년도의 4배에 달하는 수치. 이 시기 유럽 전역에서 일어난 주요 사건들:
- 프랑스 당국이 칼레 난민 캠프를 철거하려 시도
- 헝가리가 국경에 철조망 설치
- 독일 내 난민 수용 시설에서의 소요 사태
- 극우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
- 파리 테러 이후 안전 우려 증가
저자는 독일의 대응이 특히 문제적이었다고 지적. 가령 난민들이 시리아인이 아닌 아프가니스탄인일 수 있다는 의심이 제기되었을 때 메르켈이 이를 무시했다는 것. 또한 독일 정부가 난민들의 기술 수준을 과대평가했다고 비판한다.
메르켈의 “우리가 할 수 있다Wir schaffen das” 발언은 결국 “공허한 문구”가 되어버렸다고 평가.
(저자는 난민들의 고통이나 피난 사유는 거의 다루지 않고, 인도주의적 관점보다는 문화적 위협을 강조하며, 사회 통합 실패의 원인을 주로 난민 측에서 찾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ak)
Chapter 6. 다문화주의 Multiculturalism
유럽의 다문화주의 정책과 그 실패를 분석하는 장. 2011년 메르켈 총리의 “다문화주의가 완전히 실패했다”는 선언을 소개하며 시작.
다문화주의의 실패
각국의 지도자들(데이비드 캐머런, 니콜라 사르코지 등)이 다문화주의의 실패를 선언했으나, 저자는 이들이 말하는 ‘다문화주의’가 서로 다른 의미였다고 지적. 하나의 단일한 정책이라기보다는 국가별로 다양한 정책들의 집합이었다는 것.
다문화주의 정책의 주요 문제점들:
- 다른 문화권 출신들이 독자적 공동체를 형성하고 주류 사회와 분리되는 현상
- 이민자들의 언어/문화 습득 실패
- 통합보다는 분리를 조장하는 결과 초래
- 문화 상대주의로 인한 가치관의 혼란
정체성 위기
2008년 네덜란드에서 일어난 무슬림 관련 사건을 예로 들며, 유럽의 정체성 위기를 설명한다. 사르코지는 부르카 착용 금지를 추진했고, 메르켈은 이중국적 제한을 주장했다.
저자는 프랑스의 사례를 자세히 분석한다:
- 1973년 이래 매년 20만명 이상의 이민자 유입
- 파리 외곽의 무슬림 밀집 지역 형성
- 프랑스 내 이슬람 인구의 급증
- 정부의 통합 정책 실패
(저자는 프랑스 통계를 인용하는 부분에서 특히 무슬림 인구 증가를 그 자체로 위협적인 것으로 묘사한다. 표면적으로는 학술적 분석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반이민 정서를 부추기는 방식으로 편향되게 서술하는 경향이 있다. —ak)
Chapter 7. 그들은 여기에 있다 They are here
2015년 10월의 상황을 묘사하며 시작. 독일 메르켈 총리의 발언이 유럽과 이민자들 사이의 미래 관계를 결정짓는 전환점이 되었다고 주장. 5년이 지난 시점에서 볼 때 당시의 낙관적 발언들은 대부분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당시 하루 4만명의 망명 신청자들이 독일로 유입되었고, 독일 정부는 매주 10,000명의 신규 신청자를 예상했으나 2010년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수가 유입. 2015년 메르켈의 발언 이후에는 독일 정부의 내부 네트워크가 마비될 정도였다고.
1940년대에 모로코인들이 네덜란드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손님으로 대우받았으나, 파키스탄인들이 영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영국 내 반이슬람 정서가 존재했다고. 정치인들과 언론인들은 이러한 변화에 놀랐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