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의 비통약성
토머스 쿤이 과학 혁명의 구조에서 제시한 개념.
경쟁 관계에 있는 패러다임의 주창자들은 패러다임 후보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의 목록에 대하여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새로운 패러다임들은 통상적으로 낡은 패러다임으로부터 탄생하기 때문에 낡은 패러다임이 사용했던 많은 어휘와 장치를 개념적으로나 조작적으로 채용한다. 그러나, 새로운 패러다임들은 이들 요소들을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다. 이전의 용어/개념 그리고 실험은 새로운 패러다임에서는 서로 새로운 관계를 갖게 된다. 그 결과, 그렇게 꼭맞는 말은 아니지만, 경쟁 관계에 있는 두 학파 사이에는 오해라고 불러야 할 것이 필연적으로 생기게 된다. …
전환을 경험했거나, 그런 경험에 실패했던 사람들만이 자신들이 찬성한 것이 무엇이고 반대한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 수 있다. … 지구가 돈다고 해서 코페르니쿠스를 미쳤다고 한 사람들을 생각해보라. 그들이 단지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들이 ‘지구’라고 부른 것의 일부는 고정된 위치에 있었다. 적어도 그들의 지구는 움직여질 수가 없었다. 따라서 코페르니쿠스 혁명은 단순히 지구를 움직여 보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물리학과 천문학의 문제에 관한 전혀 새로운 방법이었는데, 그것은 필연적으로 ‘지구’와 ‘운동’의 의미를 바꾸어 놓았던 것이다. …
대립 패러다임들의 주창자들은 서로 다른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 두 집단이 서로 충분한 의사소통을 기대할 수 있게 되려면 어느 한 쪽에서는 우리가 패러다임의 변화라 일컬어 왔던 개종을 경험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쟁하는 패러다임간의 전이는 비통약적인 것 사이의 전이이므로 논리와 중립적인 경험으로 설복되어 단번에 이루어질 수는없다. 마치 형태(Gestalt; see 게슈탈트 심리학)의 변화처럼, 그 전이는 갑자기 일어나거나 (반드시 순간적은 아닐지라도) 전혀 일어나지 않는 법이다. …
종의 기원 마지막 부분에서 통탄하는 어조로 다윈은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나는 이 책에 제시된 여러 견해들이 진리임을 확신하지만 … 나의 견해와 정반대되는 관점에서 수년간에 걸쳐 수많은 사실을 관찰해 온 숙달된 박물학자들을 설득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나는 문제의 양면을 편견 없이 볼 수 있을 미래를 ,젊고 부상해오는 박물학자들을 확신을 가지고 바라보는 바이다.
그리고 Scientific autobiography, and other papers 에서 자신의 생애를 더듬고 있는 막스 플랑크는 “새로운 과학적 진리는 그 반대자들을 확신시키고 그들로 하여금 새로운 빛을 보게 함으로써 개가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는 그 반대자들이 결국에 가서 죽고 새로운 세대가 자라남으로 해서 승리한다”고 씁쓸하게 술회하고 있다. —156-159, 과학 혁명의 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