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념적 인플레이션 > 사회 일반이 어떤 기술에 대해 품는 기대치의 하한선이 점차 높아지면서 예전부터 쓰던 용어의 뜻이 점차 변해간다. 자동차가 왜 자동차인지, 인공지능 세탁기가 왜 인공지능인지 의아하게 느껴진다. 지금 당연하게 쓰는 용어들이 미래엔 어떤 느낌으로 변할까? 사회 일반이 어떤 기술에 대해 품는 기대치의 하한선이 점차 높아지면서 예전부터 쓰던 용어의 뜻이 점차 변해간다. 자동차가 왜 자동차인지, 인공지능 세탁기가 왜 인공지능인지 의아하게 느껴진다. 지금 당연하게 쓰는 용어들이 미래엔 어떤 느낌으로 변할까? ## 자동 프로그래밍과 자동차 옛날엔 기계어가 아닌 코드를 자동으로 기계어로 변환해주는 걸 "자동 프로그래밍automatic programming"이라고 불렀다. 쉽게 말해서 누구든 컴파일러나 인터프리터를 쓰면 이미 자동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는거다. 하지만 지금 듣기에는 이 용어가 무척 어색하다. 고작 그게 자동이라고? 자동차auto를 자동차라고 부르는 것도 생각해보면 이상하다. 말(마차)이나 사람(인력거)이 힘을 줘서 밀거나 끌지 않아도 움직이니까 자동차라고 불렀던 것인데 지금 듣기에는 무척 어색하다. 고작 그게 자동이라고? ## 인공지능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도 비슷하다. 1980년대에는 마이크로칩이 내장되어 있으면 일단 덮어놓고 "인공지능" 또는 "스마트"라고 불렀다. 예를 들어 세탁기에 마이크로칩이 있어서 "예약 세탁" 같은 간단한 기능을 제공하면 인공지능 세탁기라고 불렀다. 간단한 산술연산을 할 수 있는 상용화된 기계가 없었던 시대(고작 100년 전이다)로 더 거슬러 올라가면 "컴퓨터"는 직업으로 계산을 해주고 돈을 버는 사람들을 이르는 용어였고 산술연산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지능적 행위로 여겨졌다. 소수의 수학자들이 "기계적 절차에 의한 계산"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지만 절대 다수의 대중에게 계산이라는 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지능적 행위로 간주됐다. 하지만 이제는 탁상용 계산기에 "지능"이 있다고 말하면 아주 어색하다. 고작 그게 지능이라고? 언젠가는 2022년의 [ChatGPT](https://wiki.g15e.com/pages/ChatGPT.txt) 3.5에 열광하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지금도 이미 어색하게 느낄지 모른다. ChatGPT 4.0에서 [AGI의 불꽃이 느껴진다](https://wiki.g15e.com/pages/Sparks%20of%20artificial%20general%20intelligence%20-%20Early%20experiments%20with%20GPT-4.txt)던 감상도 곧 어색하게 느껴질테다. ## 에이전틱 코딩 "자동"과 "인공지능"이 만나면 2025년에 우리가 [에이전트 기반 코딩](https://wiki.g15e.com/pages/Agentic%20coding.txt)이라고 부르는 방식이 된다. 이 용어에 대한 기대는 곱절로 빠르게 상승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 우리가 "에이전틱하다"라고 여기는 시스템은 조만간 전혀 에이전틱하게 느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2030년 사람들은 2025년의 "에이전틱 코딩" 시스템을 보며 어떤 어색함을 느낄까? 내 생각엔 일단 "에이전틱 코딩"에서 "코딩"을 다른 무언가로 바꿔야할 것 같다. "에이전틱 소프트웨어 제작/운영"처럼 지금보다 층위가 높아지지 않을까. 코딩을 기계가 알아서 하는 건 너무 당연할테니. 코드 리뷰는 어떨까? 지금은 코드 리뷰 단계가 병목이지만(에이전틱 코딩 전부터도 코드 리뷰는 원래 병목이었는데 이제는 더 심해졌다), 앞으로는 사람이 리뷰할 필요가 없어진다고 보는 게 당연할 것 같다. ## 에이전틱 경영 좀 더 층위를 올려보면 어떨까? 소프트웨어 제작 및 운영만 따로 분리해서 생각하는 건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지역 최적화에 불과하다. 전역 최적화를 하려면 "에이전틱 경영" 같은 개념이 필요할까? 이 시대에는 "AI가 아닌 인간 경영자가 필요한 이유를 이사회에서 입증하지 못하면" 경영자가 퇴출될까? 경영자는 퇴출되며 이런 생각을 할까? > 예전에 내가 개발자들에게 "AI가 아닌 인간 개발자가 필요한 이유를 입증하라"고 강요할 당시엔 그게 내 처지가 될 줄은 정말 몰랐네. 경영적 의사결정만큼은 인간의 고도화된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고 여겼는데…. 아주아주 운이 좋으면, 모든 생산이 로봇과 AI에 의해 자동화되고 정의로운 분배가 일어나는 세상이 올 수도 있을텐데, 그 세상이 오기 전에 어떤 과정들을 거치게 될까?